‘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여름,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칩니다. 거기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속은 서늘하고 기운은 빠져만 가죠.
이런 계절, 식탁 위에 등장하는 한 가지 채소가 있습니다. 바로 부추입니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다가도, 여름만 되면 꼭 한 번쯤은 찾게 되는게 부추입니다.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겨주는 여름철 대표 식재료, 부추의 효능과 섭취법, 그리고 신선하게 보관하는 꿀팁까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왜 부추는 여름철에 더 건강에 좋을까요?
어릴때 부터 어른들은 부추에 대해 이런말을 했습니다 “더울 땐 이런 게 몸에 좋아. 기운이 돌아.”
사실 부추는 예로부터 ‘기양초(起陽草)’라고 불렸습니다. 기운을 일으킨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을 보호하며, 기력을 북돋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은 체감온도는 높지만 속은 차가워지는 계절이죠. 에어컨, 아이스커피, 찬 음식의 연속. 그러다 보니 속이 차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럴 때 부추는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위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부추에 들어 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은
마늘과 비슷한 성분인데, 항균 작용과 피로 회복,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죠.
그래서인지 삼겹살 먹을 때도 꼭 부추무침이 함께 나오곤 하잖아요?
단순히 맛의 궁합이 아니라, 기름기 있는 음식의 소화를 도와주는 약선 개념이기도 합니다.
부추는 비타민 A, C, K는 물론이고, 철분, 칼슘도 풍부합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엔 미네랄 손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성분들은 더더욱 필요하죠.
무엇보다도, 부추는 ‘소화’에 참 좋습니다. 평소에 속이 더부룩하거나 잦은 가스, 변비, 혹은 설사 등으로 고생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꾸준히 섭취해 보시길 권합니다.
부추, 어떻게 먹는 방법이 좋을까요?
부추는 요리하기 정말 간단한 채소입니다. 굳이 복잡한 과정 없이도 금세 반찬 하나가 완성되죠.
어디에나 어울리는 부추겉절이,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어요.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고춧가루,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만 있으면 끝. 기호에 따라 매실액을 한두 방울 넣어주면
새콤달콤한 맛까지 더해져 입맛이 확 살아납니다. 고기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 뚝딱입니다.
부추전도 여름철 즐겨 찾는 메뉴입니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부추전 하나 구워 먹는 여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죠.
밀가루 반죽에 부추만 가득 넣고 부치면 되니, 별다른 재료도 필요 없습니다.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내면 바삭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조금 더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부추된장국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된장에 멸치 육수, 두부와 부추. 조금만 끓여내면
구수한 향과 함께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더위에 지쳐 입맛 없을 때, 이 한 그릇이면 정말 든든하죠.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 같이 기운을 복돋아 주는 음식에도 부추를 같이 넣어 더욱더 건강하게 섭취 할 수도 있습니다.
부추, 잘 고르고 오래 보관하는 법
부추는 생명력이 약한 채소입니다. 금방 시들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방치해도 무르고 상하기 쉽죠.
그래서 구매할 때부터 신선한 상태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를 땐 색이 진한 초록색이고, 줄기가 얇고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르세요. 끝이 마르거나 누렇게 변한 건 피하셔야 합니다.
굵고 질긴 부추는 식감도 떨어지고 맛도 덜하거든요.
부추를 사 왔다면 되도록 당일에 조리하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번에 다 먹기 어렵죠.
그럴 땐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선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최대한 잘 말립니다. 완전히 마른 부추는 키친타월로 싸서 지퍼백에 넣고 냉장고 채소칸에 보관하세요. 이렇게 하면 3~4일 정도는 신선함이 유지됩니다.
좀 더 오래 보관하고 싶을 때는 살짝 데쳐서 냉동 보관도 가능합니다. 끓는 물에 5초만 데쳐서 찬물에 식힌 뒤 물기를 꽉 짜고,
소분하여 냉동하세요. 필요할 때 볶음요리나 국에 바로 넣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단, 해동한 부추는 질감이 물러져서 생으로는 쓰기 어렵다는 점, 기억해 두세요.
최근엔 직접 부추를 키우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관리가 간단하고, 베란다 화분에서도 잘 자라거든요.
잘라 쓰고 나면 다시 자라는 생명력 덕분에, 부추 키우기는 소소한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부추가 우리 식탁 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부추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색도, 향도, 모양도 아주 평범하죠. 그런데도 여름만 되면 유독 찾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은은한 힘 때문일 겁니다.
식욕이 떨어진 날엔 입맛을 되찾아 주고, 속이 더부룩한 날엔 소화를 도와주고, 기운이 없는 날엔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 존재감. 이런 채소, 흔치 않지 않나요?
부추는 그저 곁들이는 채소가 아닙니다. 제대로 알고 먹으면 훌륭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식탁의 중심에 한 번 올라선 부추는,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의 여름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